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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샴푸 습관을 바꾸고 나서 두피 가려움증도 좀 줄고,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머리카락도 좀 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런데 이미 휑해지기 시작한 정수리가 하루아침에 다시 빽빽해지는 건 아니더라. 아침마다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건 여전했어. 특히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혹시 누가 내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어, 얘 머리 왜 이래?’ 하고 생각할까 봐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거야. 별거 아닌 말에도 혼자 움찔하게 되고, 누가 뒤에 서 있기만 해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지. 자신감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고, 사람들 눈을 피하게 되더라. 그러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모자’였어. 그냥 캡 모자 하나 푹 눌러쓰면 다른 사람이 내 정수리를 볼 일이 없으니까. 모자를 쓰는 순간, 마치 투명 망토를 두른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어.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느낌. 그때부터 모자는 내 분신 같은 존재가 됐어.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도, 학교 갈 때도, 학원 갈 때도, 심지어는 실내에서도 그냥 쓰고 있을 때가 많았어. 모자 없이는 밖에 나가는 게 불안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하루 종일 모자를 쓰고 있으면… 혹시 머리가 더 빠지는 건 아닐까?’ 통풍도 안 될 것 같고, 땀도 찰 텐데 두피에 안 좋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어. 그래서 또다시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지. ‘탈모 모자’, ‘모자 쓰면 탈모’ 이런 키워드로 말이야. 그리고 정말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어. 모자를 잘못 쓰면, 그냥 탈모를 악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유형의 탈모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거야. 그 이름도 생소한 ‘남자 견인성 탈모’. 그 단어를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 내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던 모자가, 오히려 내 머리카락을 더 빠지게 만드는 공격수가 될 수도 있다니. 이건 진짜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싶었어. 나처럼 탈모 때문에 모자를 쓰기 시작한 친구들이 있다면, 이건 꼭 알아야 할 내용일 거야.

솔직히 말해서, 탈모가 시작된 나에게 모자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 그 이상이었어. 나의 가장 큰 콤플렉스를 가려주는 고마운 방패막이자, 무너진 자존심을 지켜주는 마지막 자존심 같은 거였지. 모자를 쓰면 자신감이 생겼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길을 걸을 때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어. 아마 이런 경험, 나만 하는 건 아닐 거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가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되잖아. 하지만 그 달콤한 위로 뒤에는 생각보다 무서운 그림자가 숨어 있었어. 바로 ‘두피 환경의 악화’라는 문제야. 모자를 오랫동안 쓰고 있으면 머리에서 나는 열과 땀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자 안에 그대로 갇히게 돼. 그럼 모자 속은 어떻게 될까? 뜨끈하고 축축한, 세균들이 번식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 되는 거야. 특히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더 심각하지. 땀이랑 피지가 뒤엉켜서 두피의 모공을 막아버리고, 이렇게 되면 지난번에 알아봤던 것처럼 두피에 염증이나 뾰루지 같은 트러블이 생기기 쉬워. 두피열이 계속되면 두피의 유수분 밸런스가 깨져서 건강한 머리카락이 자라는 걸 방해하고, 결국 기존의 탈모를 더욱 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야. ‘모자를 쓴다고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속설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던 셈이지. 물론 모자를 쓰는 행위 자체가 유전성 탈모를 유발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청결하지 않은 모자를 오래 착용해서 두피 환경을 나쁘게 만드는 건, 이미 약해진 두피와 모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내 소중한 머리카락을 지키려고 쓴 모자가 오히려 머리카락이 살기 힘든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니, 정말 아이러니하지.

두피 환경이 나빠지는 것보다 더 직접적이고 무서운 문제가 있었어. 바로 ‘남자 견인성 탈모’야. 견인성 탈모라는 말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찾아봤더니, ‘견인’이라는 한자 뜻 그대로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생기는 탈모라는 거야. 즉, 유전이나 호르몬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서 가해지는 물리적인 힘 때문에 머리카락이 뽑혀나가는 현상을 말해. 보통은 머리를 너무 꽉 묶거나, 항상 같은 방향으로 가르마를 타서 머리카락 뿌리에 계속 자극을 줄 때 잘 생긴다고 하더라. 발레리나들이나 머리를 꽉 묶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한테 많이 나타난대. 그런데 이게 남자들한테, 특히 모자를 자주 쓰는 사람한테도 생길 수 있다는 거야. 처음에는 ‘에이, 모자가 머리카락을 얼마나 세게 당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문제가 되는 건 바로 ‘지속적인 압박과 마찰’이었어. 하루 이틀 쓴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몇 달, 몇 년 동안 매일같이 꽉 끼는 모자를 쓰면 그 압박이 모근에 계속 누적되는 거야. 우리도 무거운 가방을 한쪽 어깨로만 계속 메면 그쪽 어깨가 아프고 뭉치는 것처럼, 모근도 계속되는 압박과 자극에 시달리다 보면 결국 힘을 잃고 약해지는 거지. 모근 약화가 진행되면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다가 결국에는 쑥 빠져버리고, 심한 경우에는 그 자리에 다시는 머리카락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 내가 무심코 매일 쓰고 다니던 그 모자가, 내 머리카락의 뿌리를 조용히 괴롭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등골이 오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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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걱정하던 유전성 탈모랑 이 견인성 탈모는 원인부터 증상까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게임이었어. 유전성 탈모는 보통 정수리나 M자 라인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가늘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숱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잖아. 그런데 남자 견인성 탈모는 딱 모자가 닿는 라인, 예를 들면 이마 위 헤어라인이나 관자놀이, 구레나룻 부분처럼 모자의 밴드가 계속 압박하고 스치는 부위에 집중적으로 탈모가 일어난대. 어떤 경우에는 그 부분에 가려움증이나 통증, 염증이 먼저 생기기도 한대. 다행인 점은, 견인성 탈모는 원인이 명확하다는 거야. 나를 괴롭히는 물리적인 자극만 없애주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초기에 발견하면 회복될 가능성도 높다는 거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면, 모낭이 영구적으로 손상돼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해. 그래서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게 혹시 스트레스성 탈모에 더해서 견인성 탈모까지 겹친 건 아닐까,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겠더라고.

결론적으로 모자를 아예 쓰지 말라는 건 아니었어. 탈모를 가리기 위한 모자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으니까. 자외선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고 말이야. 중요한 건 ‘어떻게’ 쓰느냐였어. 그래서 나만의 ‘올바른 탈모 모자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 봤어. 첫째, 사이즈는 무조건 넉넉하게. 모자를 썼을 때 머리가 꽉 조이는 느낌이 들면 절대 안 돼. 모자를 벗었을 때 이마에 자국이 남는다면 그건 사이즈가 작다는 명백한 증거야. 손가락 하나가 여유롭게 들어갈 정도의 사이즈를 고르는 게 좋대. 둘째, 소재는 바람이 잘 통하는 걸로. 땀 흡수가 잘 되고 통풍이 잘 되는 면이나 리넨 같은 천연 소재가 좋고, 땀이 차기 쉬운 합성섬유 소재는 피하는 게 상책이야. 모자에 통풍을 위한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는 디자인이라면 더 좋겠지. 셋째, 모자도 빨래가 필요하다. 얼굴에 매일 닿는 베갯잇은 빨면서, 머리에 매일 닿는 모자는 왜 빨 생각을 못 했을까. 땀과 피지에 오염된 모자는 세균의 온상이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깨끗하게 세탁해서 햇볕에 바짝 말려주는 습관을 들여야겠어. 넷째, 착용 시간을 최소화하자. 특히 실내나 그늘진 곳에서는 모자를 벗어서 두피가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정말 중요해. 나처럼 하루 종일, 심지어 실내에서까지 모자를 쓰고 있는 건 두피를 학대하는 행위나 다름없었어. 이 네 가지만 지켜도 모자 때문에 탈모가 심해지거나 남자 견인성 탈모가 생길 걱정은 크게 줄일 수 있을 거야.

이번에 남자 견인성 탈모에 대해 알아보면서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어. 언제까지고 모자 뒤에 숨어서 문제를 회피할 수만은 없다는 거야. 모자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으니까. 물론 당장 모자를 벗어 던질 자신은 아직 없어. 하지만 이제는 모자를 좀 더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모자 말고 다른 방법들도 함께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를 들면 헤어스타일을 바꿔서 비어 보이는 부분을 커버해본다거나, 두피에 좋은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처럼 말이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인 것 같아. 공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결국 내 몸을 망가뜨리고 머리카락까지 빠지게 만드는 거니까. 공부하는 중간중간에 잠깐이라도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겠어. 모자 하나 쓰는 것에도 이렇게 많은 걸 공부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해. 탈모라는 게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구나 싶고. 그래도 원인을 하나씩 알아가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실천해나가다 보면 분명히 나아질 거라고 믿어. 나처럼 모자로 머리를 가리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면, 오늘 집에 가서 자기 모자가 너무 꽉 끼지는 않는지, 너무 오래 쓰고 다니지는 않았는지 꼭 한번 확인해봤으면 좋겠어. 우리의 소중한 머리카락은 우리가 지켜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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