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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울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안 그래도 시험 때문에 머리 터질 것 같은데, 진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다. 어느 날부터인가 머리를 감고 말릴 때, 유난히 가르마 라인이 휑해 보이는 거다. 처음에는 그냥 머리카락이 잘못 눌렸나, 가르마를 잘못 탔나 싶었다. 근데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점점 더 선명해지는 느낌? 형광등 아래에서 정수리를 비춰보면, 그 부분만 유독 하얗게 두피가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이게 말로만 듣던 남자 가르마 탈모 초기 증상인가 싶어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진짜 이제 겨우 10대인데, 벌써부터 탈모라니. 믿고 싶지가 않다. 친구들은 다들 머리숱도 많고, 스타일링 걱정 없는데 나만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지 너무 서럽다. 공부하다가도 문득문득 정수리 쪽으로 손이 간다. 혹시나 머리카락이 더 빠졌을까, 남들이 내 정수리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괜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받는데, 머리까지 이러니까 진짜 미칠 것 같다. 이 스트레스가 또 머리카락을 빠지게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는 걸 알지만, 마음대로 조절이 안 되는 걸 어떡하겠나. 솔직히 공부 스트레스가 제일 큰 원인인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의자에 앉아서, 이해도 안 되는 수학 문제랑 씨름하고, 외워도 외워도 끝이 없는 영어 단어를 보고 있으면 머리에서 열이 나는 게 느껴진다. 실제로 머리를 만져보면 후끈후끈하다. 이게 다 두피열이라는 거라던데, 이 열이 모근을 약하게 만들어서 머리카락을 빠지게 한다고 한다. 정말 최악이다. 잠도 푹 못 잔다. 새벽까지 문제집 붙들고 있다가 겨우 잠들어도, 꿈에서 시험 망치는 꿈꾸고. 제대로 된 휴식이라는 걸 해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몸이 계속 긴장 상태에 있으니, 두피로 가야 할 영양분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마치 식물이 물을 못 받아서 시들시들 말라가는 것처럼, 내 머리카락도 영양분을 못 받아서 힘없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기분 전환 겸 염색?… 근데 염색하면 탈모 더 심해진다던데?

이런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큰맘 먹고 염색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 스타일에 변화를 주면 기분 전환도 되고, 왠지 휑해 보이는 가르마도 좀 커버가 될 것 같았다. 밝은 색으로 염색하면 두피랑 머리카락 색이 비슷해져서 오히려 비어 보이는 게 덜하다는 이야기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생각도 잠시, ‘염색하면 탈모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 문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안 그래도 약해져 있는 머리카락인데, 여기에 염색약까지 바르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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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약이 머리카락과 두피에 좋지 않다는 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 독한 화학 약품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염색은 기본적으로 머리카락의 큐티클 층을 강제로 열어서, 원래 있던 멜라닌 색소를 빼내고 새로운 색을 입히는 과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의 단백질이 손상되고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엄청나게 건조하고 푸석푸석해지는 거다. 이건 머리카락이 ‘상하는’ 문제다. 하지만 내가 진짜 걱정하는 건, 머리카락 손상을 넘어서 아예 머리카락이 빠져버리는, 즉 탈모가 심해지는 문제다. 염색약에는 보통 과산화수소나 암모니아 같은 자극적인 성분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런 성분들이 두피에 직접 닿으면, 가뜩이나 스트레스와 두피열로 인해 민감해져 있는 내 두피에 엄청난 자극을 주게 될 거다. 두피가 자극을 받아서 붉어지거나, 가렵거나, 심하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두피 염증은 모낭을 직접적으로 공격해서, 건강하게 자라야 할 머리카락을 약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빠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남자 가르마 탈모 초기와 염색, 최악의 시나리오

특히 나처럼 남자 가르마 탈모 초기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염색은 정말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마 부위는 다른 곳보다 자외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도 쉽고, 외부 자극에 더 취약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가장 약한 부위에 염색약을 덕지덕지 바른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미 모근이 약해져서 겨우겨우 머리카락을 붙들고 있는데, 염색약이라는 외부의 적이 침입해서 그나마 남은 힘까지 빼앗아가는 꼴이다. 어쩌면 염색약의 화학 성분들이 두피의 보호 장벽을 무너뜨리고, 모낭 깊숙이 침투해서 머리카락의 성장 주기 자체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정상적인 모발은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거치는데, 두피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성장기에 있어야 할 머리카락들이 갑자기 대거 휴지기로 넘어가 버리면서 우수수 빠져버리는 ‘휴지기 탈모’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염색이 바로 그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기분 전환하려다가, 남은 머리카락까지 다 날려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머리색을 바꾸는 인위적인 변화가 아니라, 두피와 모발의 건강을 되찾는 근본적인 노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멋을 부리는 건, 일단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내 두피를 최대한 쉬게 해주고, 더 이상의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염색하고 싶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어떻게 하면 내 두피를 진정시키고, 약해진 모근에 힘을 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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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버티자, 수험생의 두피 관리법

그래서 나는 염색 대신, 내 두피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어차피 수험생이라 대단한 관리를 할 시간도, 돈도 없다.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신경 쓰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거다. 가장 먼저 바꾼 건 머리 감는 습관이다. 예전에는 그냥 샴푸 대충 짜서 머리에 비비고 뜨거운 물로 확 헹궈버렸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미지근한 물로 두피와 모발을 충분히 적셔서 노폐물을 1차로 씻어낸다. 그리고 샴푸는 손바닥에서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에, 머리카락이 아니라 두피에 바른다는 느낌으로, 손가락 끝 지문 부분으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준다. 절대 손톱으로 벅벅 긁지 않는다. 가뜩이나 약해진 두피에 상처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헹굴 때는 정말 내 모든 인내심을 동원해서, 샴푸 잔여물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꼼꼼하게 헹궈낸다.

머리를 말리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그냥 수건으로 대충 털고 자연 건조시키거나, 젖은 채로 잠들 때도 많았다. 하지만 축축한 두피는 세균이 번식하기 딱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꼭 두피부터 찬 바람으로 꼼꼼하게 말려준다. 드라이기 바람이 두피에 직접적으로 너무 뜨겁게 닿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리는 게 포인트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머리에 열이 오를 때는 잠시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거나, 차가운 물수건으로 뒷목을 살짝 셔주면 두피 쿨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잠들기 전에는 가볍게 두피 마사지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손가락으로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꾹꾹 눌러주면, 뭉쳐있던 두피의 긴장이 풀리면서 혈액순환이 좀 더 잘 되는 느낌이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더 나빠지는 것은 막아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지긋지긋한 수험생 기간이 끝날 때까지 내 머리카락을 최대한 지켜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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